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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남자의 기억법' 속 기억과 망각의 의미와 균형

by ssoonihouse 2025. 3. 6.

MBC 드라마 ‘그남자의 기억법’(2020)은 하이퍼메시아(과잉기억증후군)를 가진 남자와 트라우마로 인해 기억을 잃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감성 멜로드라마입니다. 김동욱(이정훈 역)과 문가영(여하진 역)이 주연을 맡아, 기억을 통해 사랑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기억’과 ‘망각’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깊이 탐구하며, 시청자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남자의 기억법’ 속에서 기억과 망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그남자의기억법 포스터

1. 기억의 의미 – 잊지 못하는 남자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

‘그남자의 기억법’에서 남자 주인공 이정훈(김동욱 분)은 하이퍼메시아(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 겪은 모든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증상으로, 극소수의 실제 사례가 존재하는 희귀한 증후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흐려지거나 망각되지만, 하이퍼메시아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순간을 잊지 못하고 강렬하게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훈은 뛰어난 앵커로서 날카로운 기억력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뉴스 진행을 하지만, 사적인 삶에서는 기억이 그에게 짐이 됩니다. 그는 과거 연인이었던 서연(이주빈 분)의 사고를 목격했고, 그 장면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희미해지고 감정이 정리될 수 있겠지만, 이정훈은 그날의 슬픔을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기억이 많을수록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지만, 만약 모든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정훈의 캐릭터는 기억이 축복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인간이 망각을 통해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망각의 의미 – 아픔을 잊은 여자의 새로운 시작

반면, 여하진(문가영 분)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중요한 기억을 망각한 상태입니다. 그녀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인기 배우이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잊고 싶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녀는 과거 친구였던 서연이 사고를 당하는 순간을 함께했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그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드라마는 여하진의 캐릭터를 통해 망각이 때때로 보호 기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큰 충격을 받으면 방어 기제로 인해 그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망각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 삶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을 의미합니다.

하진은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이정훈을 만나면서 잊고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그녀가 기억을 되찾는 과정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진정한 치유를 이루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결국, 하진의 서사는 망각이 꼭 나쁜 것이 아니며, 때로는 우리가 전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관계와 사랑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기억과 망각의 균형 – 사랑을 통해 회복되는 두 사람

이정훈과 여하진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기억의 특성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이정훈은 과거에 묶여 있는 인물이며, 하진은 과거를 지운 채 살아가는 인물이죠.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기억’과 ‘망각’의 균형을 맞춰갑니다. 이정훈은 하진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며, 하진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며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기억과 망각은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기억만 남아 있다면 인간은 과거에 갇혀버릴 것입니다. 망각만 존재한다면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흔들릴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기억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지만, 때로는 망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정훈과 하진의 사랑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되어줍니다.